이제는 사막을 헤매이지 않으리 이 몸은 여기 땅이 끝난 물가에
다시는 이곳의 풀을 뜯지 않으리
오래전에 본 듯 만 듯했던 물가에
성난 짐승아 내 말에
귀를 기울일지어다
저 물길을 건너 대체
무엇을 구하려는 게냐
이 땅의 봄날은 결코
끝나지 않을 것이로다
나를 마시고 어둑어둑
잠을 청하려무나
해를 가려도, 내 두 눈을 가려도
피어난 여름꽃을 보았다
이제는 사막을 헤매이지 않으리
이 몸은 발을 동동 굴러 물가에
다시는 이곳의 풀을 뜯지 않으리
성마른 뼈를 꾸짖으며 물가에
어리석구나 너는
발도 담그지 못할게다
저 시퍼런 물은
네놈의 몸을 삼켜버릴게다
어린 너는 빠져 죽으리
결코 뭍에 닿지 못하리
해를 가리는, 내 두 눈을 가리는
신님의 목덜미를 물었다
이제는 달을 따러 가볼 수도 없죠
꽃잎도 셀 수 없고, 손도 놀릴 수 없고
하지만 멈출 순 없어요
입술을 살 풋 물고
영락없는 한낮의 주민이 되어
쓰라려도, 내 몸이 다 녹아도
한 걸음 앞발을 내딛는다
이제는 사막을 헤매이지 않으리
이 몸은 이미 넘실대는 물가에
다시는 이곳의 풀을 뜯지 않으리
별이 빠져 죽은 물가에
물을 건너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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